공사비를 증액하면서 도시정비법상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판단들을 보면 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본 글은 도시정비법 제29조의2에 따른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법정 공사비 검증절차를 전제로 설명합니다. 개별 사업의 검증절차 준수 여부와 그로 인한 계약·의결의 효력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은 법률·감정 전문가의 검토를 함께 받으시기 바랍니다.
1. 언제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하는가
도시정비법 제29조의2는 2019년 4월 개정으로 신설되어 같은 해 10월부터 시행된 조항으로,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일정 수준 이상 증액하려는 경우 사업시행자가 한국부동산원·LH 등 정비사업 지원기구(제114조)에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 다루는 증액이 검증 의무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 검증 요청 요건 | 세부 기준 | 비고 |
|---|---|---|
| 조합원 요청 |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는 경우 | 조합 의사와 무관하게 요건 충족 시 요청 개시 가능 |
| 최초 계약 대비 증액 | 사업시행계획인가 이전 시공자 선정: 10% 이상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 5% 이상 | 생산자물가상승률 반영분은 제외 |
| 검증 완료 후 재증액 | 검증 완료 후 3% 이상 추가 증액되는 경우 | 생산자물가상승률 반영분은 제외 |
세 요건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하면 검증 요청은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은 최초 도급계약이 아니라 직전 계약을 기준으로 증액비율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경우인데, 설계변경이 여러 차례 누적되면서 개별 변경 건은 기준 미달로 보였지만 직전 계약 대비로 계산하면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실제로 다투어진 바 있습니다.
2. 검증 건수는 정말 줄고 있는가
최근 국회에 제출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5월 월평균 공사비 검증 건수는 약 2.6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25년 연간 검증 건수의 월평균 환산치(4.3건)보다 줄어든 수치이고, 제도 시행 초기인 2024년 연간 건수의 월평균 환산치(3건)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앞서 2025년 3월 보도에서는 자재가 상승 등을 배경으로 재건축·재개발 공사비 검증 신청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전해진 바 있어, 최근의 감소세는 방향이 뒤바뀐 흐름으로 읽힙니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사비 검증 요청 건수가 제도 도입 이후 전반적으로는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올해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검증 건수 감소를 그대로 "갈등이 줄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릅니다. 조합이 검증 부담(비용·기간)을 피하려고 증액비율을 요건 미달 수준으로 나누어 계약을 체결하거나, 협의를 통해 검증 대신 총회 결의로 직행하는 사례가 늘었을 가능성도 함께 점검해야 할 지점입니다. 반대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처럼 시행자가 자체적으로 검증을 본격화해 다수 사업장에서 검증 요청액의 상당 부분을 조정한 사례도 있어, 검증 절차가 실제로 공사비 적정성을 걸러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근거도 함께 존재합니다.
3.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변경계약, 곧바로 무효는 아니다
실무 질문의 핵심은 여기입니다. 검증 요건을 충족했는데도 검증 요청 없이 도급계약 변경을 체결·의결했다면, 그 계약이나 총회 의결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가. 최근 하급심 판단의 흐름을 정리하면 두 갈래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1. 사법상 계약의 효력 — 부산지방법원의 접근
보도된 부산지방법원 판단의 논거를 요약하면, 도시정비법의 공사비 검증 규정은 사업시행자의 의무를 정한 조항으로서 검증 요청 후 계약 체결이 이루어지도록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성격이고,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계약 체결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형태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 검증 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 이후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언제든 검증 요청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검증절차 누락이 총회 의결이나 변경계약에 언제나 중대·명백한 하자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 판단은 증액된 공사비 규모가 합리적인 범위 내이고 공정률이 낮아 추후 다시 변경계약을 체결할 여지가 있는 사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도되어, 증액 규모가 크거나 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2. 행정처분(관리처분계획) 관점 — 결이 다른 판단
같은 검증 규정을 두고도, 관리처분계획 수립·인가라는 행정처분의 적법성이 다투어지는 사건에서는 접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이 공사비 검증 규정을 강행규정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언급되는데, 이는 조합이라는 행정주체가 준수해야 할 규범 기준으로서의 강행규정 — 즉 행정처분의 취소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사법상 법률행위(도급계약) 자체를 당연무효로 하는 취지의 강행규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함께 나옵니다. 실제로 최초 도급계약 대비 100% 이상 증액된 변경계약이 검증 없이 관리처분계획(안)에 반영되어 총회 의결을 거친 사례가 다투어진 바 있어, 증액 규모가 클수록 행정처분 단계에서의 하자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쟁점 구분 | 주된 판단 축 | 실무적 함의 |
|---|---|---|
| 도급계약(변경계약)의 사법상 효력 | 증액 규모의 합리성, 공정률, 재변경 가능성 | 검증 누락 사실만으로 계약 무효를 단정하기 어려움 |
| 관리처분계획 등 행정처분의 적법성 | 강행규정 위반 여부, 증액비율의 명백성 | 인가처분 취소·무효확인 소송의 사유가 될 수 있음 |
즉 "검증을 안 거치면 계약이 무효가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한 문장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국면과, 그 계약이 반영된 관리처분계획의 적법성을 다투는 국면은 판단 축이 다르고, 두 국면의 결론이 항상 같지도 않습니다.
4. 조합·시공사 실무 대응 방향
검증절차의 강행규정성에 관한 판단이 정리되어 가는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 "검증을 안 거쳐도 나중에 유효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의존하기보다는, 요건 충족 여부를 계약 변경 전에 먼저 점검하는 절차를 관행화하는 것이 리스크가 적습니다.
- 이번 변경이 직전 계약(최초 계약이 아닐 수 있음) 대비 몇 % 증액인지, 생산자물가상승률 반영분을 제외하고 다시 계산했는가
- 사업시행계획인가 전·후 시공자 선정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증액비율 기준(10%·5%)이 정확히 구분되었는가
- 조합원 20% 이상의 검증 요청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요청 이후 절차가 정지·지연 없이 진행되었는가
- 과거 검증을 완료한 이력이 있다면, 이후 3% 이상 재증액에 해당하는지 별도로 확인했는가
- 검증 요건에 해당함에도 검증 없이 계약을 체결·의결하려는 경우, 증액 규모와 공정 진행률(재변경 가능성)을 함께 기록해 두었는가
- 변경계약 내용이 관리처분계획(안)에 반영되어 총회 의결·인가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면, 인가 신청 전 검증 요청 완료 여부를 별도로 확인했는가
검증 요건 충족 여부는 계약서·내역서·설계도면 변경 이력을 함께 대조해야 정확히 산정됩니다. 위 항목이 일부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점검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적용 또는 참고 기준 |
|---|---|
| 법령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의2(공사비 검증 요청) 및 한국부동산원 검증안내 자료 |
| 통계·보도 | 뉴스핌(2026.6.8), 「'시간·비용만 늘어난다'…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건수 1년 새 반토막」 — 한국부동산원 자료 기반 검증 건수 추이 |
| 통계·보도 | 법률신문(2025.3.7), 「'자재값 상승 공사비 더 달라' 재건축·재개발비 검증 역대 최다」 |
| 판례·해설 | 하우징헤럴드(2024.12.19), 「공사비 검증 요청 절차 안거치고 체결된 변경계약의 효력」 — 부산지방법원 판단 취지 소개 |
| 판례·해설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아루뉴스), 「공사비 검증절차의 누락과 관리처분계획수립의 효력」 |
| 실무 사례 | 한국경제(2026.6.17) 등, SH공사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을 통한 절감 사례 보도 |
기준일: 2026. 7. 26. 위 기준은 본 글의 설명에 참고한 범위를 표시한 것으로, 개별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기준과 그 효력은 계약조건·특별조건 및 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의2, 제114조
- 한국부동산원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안내(reb.or.kr)
- 뉴스핌, 「'시간·비용만 늘어난다'…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건수 1년 새 반토막」, 2026.6.8
- 법률신문, 「'자재값 상승 공사비 더 달라' 재건축·재개발비 검증 역대 최다」, 2025.3.7
- 하우징헤럴드, 「공사비 검증 요청 절차 안거치고 체결된 변경계약의 효력」,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