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레미콘 등 주요 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출렁이면, 시공사는 계약금액조정(에스컬레이션)을 검토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조정 요건을 충족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산정하는지, 언제까지 신청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정산이 지연되거나 조정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본 글은 국가계약법령 및 계약예규상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제도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민간 도급계약은 국가계약법령이 직접 적용되지 않지만, 계약서에 동일한 조정 조항을 준용하는 경우가 많고, 물가변동을 배제하는 특약의 효력이 별도로 다투어질 수 있어 함께 다룹니다. 개별 프로젝트는 계약서의 구체적 조항을 우선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금액조정이 되려면 갖춰야 하는 세 가지 요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을 시간 요건, 비율 요건, 신청 요건이 모두 충족될 때 이루어지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1. 시간 요건 — 계약체결일(또는 직전 조정기준일)로부터 90일 이상 경과
공사계약을 체결한 날(장기계속공사는 제1차 계약체결일)부터 90일 이상 경과해야 하며, 이미 한 번 조정이 이루어졌다면 그 조정기준일로부터 다시 90일이 지나야 재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90일 이내에 발생한 가격 변동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비율 요건 —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이 3% 이상 등락
입찰일(수의계약은 계약체결일, 2차 이후 조정은 직전 조정기준일)을 기준으로 산출한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해야 합니다. 이 비율에 미달하면 개별 자재 가격이 급등했더라도 전체 계약금액조정 요건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3. 신청 요건 — 계약금액조정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비율 요건이 충족되어도 계약금액조정은 저절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은 조정사유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대자의 적법한 계약금액조정신청에 의해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28825 판결). 즉 조정 요건이 충족된 시점을 확인하는 것과 별개로, 시공사가 신청 행위를 하지 않으면 권리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신청기한도 엄격합니다. 계약예규 공사계약일반조건은 계약상대자가 준공대가(장기계속계약의 경우 각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까지 조정신청을 해야 조정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준공대가를 이미 수령한 이후에는 물가변동 요건이 이론적으로 충족되었더라도 조정금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실무 및 유권해석의 입장입니다.
품목조정률 방식과 지수조정률 방식, 무엇이 다른가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은 산정 방식에 따라 품목조정률 방식과 지수조정률 방식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같은 물가변동 상황이라도 어떤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조정금액과 산정 과정이 크게 달라집니다.
| 구분 | 품목조정률 방식 | 지수조정률 방식 |
|---|---|---|
| 산정 방법 | 산출내역서상 각 품목·비목별로 계약체결시 단가와 물가변동시 단가를 실제로 조사·비교해 등락폭을 반영(실비 성격이 강함) | 비목을 유형별로 분류해 가중치를 부여하고, 각 비목군에 해당하는 지수(노임·자재·시설자재 등)의 변동률을 가중평균해 산출 |
| 산정 부담 | 품목·비목별 실거래가 조사가 필요해 자료 준비 부담이 큼 | 공표된 지수를 적용하므로 상대적으로 절차가 단순 |
| 선택 방법 | 계약서에 지수조정률을 원한다는 의사표시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이 방식이 적용됨 | 계약체결 시 계약상대자가 이 방식을 원한다는 의사를 명시해야 적용됨 |
| 동일 계약 내 적용 | 하나의 계약에는 두 방식 중 하나만 적용(혼용 불가) | 동일 |
방식 선택과 관련해 대법원은, 계약체결 당시 계약상대자가 지수조정률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그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품목조정률 방식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7다213470 판결). 계약서에 조정방법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상대자에게 사후적으로 선택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조정방법을 어떻게 명시했는지가 이후 정산 국면의 유불리를 크게 좌우하는 이유입니다.
특정 자재만 급등한 경우 — 단품슬라이딩
철근처럼 특정 자재 가격만 유독 크게 오르는 경우, 전체 품목조정률·지수조정률은 3%에 못 미쳐 일반 조정 요건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제6항이 정하는 단품슬라이딩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해당 공사비(재료비·노무비·경비 합계액)의 1천분의 5를 초과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특정 자재의 가격증감률이 입찰일 기준 100분의 15 이상인 경우, 그 자재에 한해 별도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민간 도급계약의 물가변동 배제특약, 항상 유효한가
공공계약과 달리 민간 도급계약에서는 당사자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조정을 배제하는 특약을 두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이러한 배제특약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제5항제1호는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 변경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도급계약의 내용을 부당한 특약으로 보아 무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산고등법원은 착공이 수급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장기간 지연된 사이 철근·시멘트 등 자재가격이 급등한 사안에서, 물가변동을 이유로 한 공사대금 증액을 인정하지 않는 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제5항제1호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23. 11. 29. 선고 2023나50434 판결). 이 판결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며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24. 4. 4. 선고 2023다313913 판결). 다만 이 판결이 모든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일률적으로 무효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공사 지연의 책임 소재, 물가 상승의 정도, 계약 전체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계약체결일(또는 직전 조정기준일)로부터 90일이 실제로 경과했는가
- 산정 기준시점(입찰일·계약체결일·직전 조정기준일)을 정확히 특정했는가
- 계약서에 품목조정률·지수조정률 중 어느 방식이 명시되어 있는가, 명시가 없다면 품목조정률 방식 적용을 전제로 준비했는가
- 물가변동적용대가(조정기준일 이후 이행분)와 이미 이행 완료된 부분을 정확히 구분했는가
- 준공대가(장기계속계약은 해당 차수 준공대가) 수령 전에 조정신청서와 조정내역서를 제출했는가
- 특정 자재 가격만 급등한 경우, 단품슬라이딩 요건(비중·증감률)을 별도로 검토했는가
- 민간계약이라면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존재와 그 특약이 일방에 현저히 불공정한지를 함께 검토했는가
위 항목이 모두 갖춰져 있지 않아도 검토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청기한(준공대가 수령 전)은 사후 보완이 불가능한 요건이므로, 시간 요건 충족 여부는 준공 이전에 반드시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 구분 | 적용 또는 참고 기준 |
|---|---|
| 법령 |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4조(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및 시행규칙 제74조 |
| 법령 |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제5항제1호(부당한 특약의 무효) |
| 판례 |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28825 판결 — 계약금액조정은 계약상대자의 적법한 조정신청에 의해 비로소 이루어짐(신청주의) |
| 판례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7다213470 판결 — 지수조정률 선택 의사표시가 없으면 품목조정률 방식 적용 |
| 판례 | 부산고등법원 2023. 11. 29. 선고 2023나50434 판결, 대법원 2024. 4. 4. 선고 2023다313913 판결(심리불속행 기각) —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무효 판단 |
| 유권해석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국가 공사계약자) —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요건 및 신청기한(공사계약일반조건 제22조제3항) |
기준일: 2026. 7. 27. 위 기준은 본 글의 설명에 참고한 범위를 표시한 것으로, 개별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기준과 그 효력은 계약조건·특별조건 및 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519&ccfNo=5&cciNo=2&cnpClsNo=1
- https://www.law.go.kr/LSW//lsLawLinkInfo.do?lsJoLnkSeq=1000049140&chrClsCd=010202&lsId=002652&print=print
- https://casenote.kr/대법원/2017다213470
- https://casenote.kr/대법원/2004다28825
- https://www.kimchang.com/ko/insights/detail.kc?sch_section=4&idx=29840
- https://www.lawtimes.co.kr/LawFirm-NewsLetter/199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