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분석은 기준공정표(Baseline Schedule)와 실제 진행을 비교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비교의 기준이 되는 그 공정표가 애초에 실행 가능하지 않은 계획이었다면, 그 위에서 계산된 지연일수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발주처와 상대방이 지연분석을 반박할 때 가장 먼저 공격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본 글은 CPM 공정표를 전제로 한 일반적 검토 기준을 설명합니다. 계약이 정한 공정표 제출·승인 절차는 프로젝트마다 다르므로 해당 조항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Baseline이 흔들리면 분석 전체가 흔들린다
지연분석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이렇게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이 사건 때문에 이렇게 밀렸다." 여기서 앞부분, 즉 "이렇게 진행될 예정이었다"를 증명하는 문서가 기준공정표입니다.
기준공정표가 형식적으로만 작성되었거나 실제 시공 계획과 무관하게 만들어졌다면, 상대방은 지연 원인을 다투기 전에 "그 공정표 자체가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후의 정밀한 분석은 의미를 잃습니다.
신뢰성 판단의 확인 항목
1. 승인 상태
계약이 공정표 제출과 승인 절차를 정하고 있는 경우, 그 절차를 거쳤는지가 1차 기준입니다. 제출은 했으나 승인 회신이 없는 상태, 승인 조건이 붙은 상태, 여러 판본이 혼재하는 상태는 각각 다르게 다뤄집니다.
- 계약이 요구한 시점에 제출되었는가
- 발주처의 승인 또는 이의 없음 회신이 있는가
- 승인 시 부가된 조건이 있는가
- 이후 개정본이 동일한 절차를 거쳤는가
2. 논리 구조의 완결성
CPM 공정표는 액티비티 간의 선후관계로 Critical Path를 산출합니다. 이 논리 구조에 결함이 있으면 계산 결과 자체가 왜곡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견되는 결함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결함 유형 | 내용 | 분석에 미치는 영향 |
|---|---|---|
| 선후관계 누락 | 선행·후행이 연결되지 않은 액티비티 존재 | Critical Path가 실제와 다르게 산출 |
| 과도한 제약조건 | 고정일자 제약이 광범위하게 설정 | 지연 영향이 공정표에 반영되지 않음 |
| 비현실적 기간 | 물량 대비 소요일수가 근거 없이 짧음 | 계획 자체의 실행 가능성이 쟁점화 |
| 과도한 Lag | 설명되지 않는 대기시간 다수 | 여유시간 판단이 왜곡 |
| Open End | 후행 액티비티가 없는 종료점 다수 | 완공일 산출의 신뢰도 저하 |
3. 물량·자원과의 정합성
공정표의 각 액티비티 기간이 실제 물량과 투입 가능 자원으로 설명되는지를 확인합니다. 계약물량과 공정표 기간 사이에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차이가 있으면, 그 공정표는 "실행 계획"이 아니라 "형식 문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갱신 이력
기준공정표만큼 중요한 것이 갱신 기록입니다. 프로젝트 진행 중 공정표가 주기적으로 갱신되었다면, 각 시점의 공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이벤트 시점 기준의 분석이 가능합니다. 갱신이 중단된 구간이 길면 그 기간의 분석 정밀도는 제한됩니다.
갱신 기록이 부족하다고 해서 지연분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적용 가능한 분석방법이 제한되고, 작업일보·월간보고 등 다른 자료로 공정 상태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해집니다.
Baseline에 문제가 있을 때의 선택지
기준공정표에 결함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분석을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이 접근합니다.
- 결함의 범위를 특정한다 — 전체가 문제인지, 특정 공종·구간에 한정된 문제인지 구분합니다.
- 보정 여부를 판단한다 — 논리 결함을 보정한 수정 Baseline을 사용할 수 있는지, 그 보정이 합리적으로 설명되는지 검토합니다.
- 대체 자료로 보완한다 — 월간공정보고, 작업일보, 사진기록으로 실제 진행을 재구성합니다.
- 한계를 명시한다 — 보고서에 분석의 전제와 한계를 기재합니다. 한계를 숨긴 분석은 상대방이 발견했을 때 신뢰도 전체가 손상됩니다.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 최선
위 항목들은 대부분 프로젝트 초기에 점검하면 해결되는 사항입니다. 착공 단계에서 기준공정표의 논리 구조와 승인 절차를 확인해 두면, 이후 지연이 발생했을 때 분석의 출발점이 확보됩니다. 반대로 분쟁 단계에서 처음 공정표를 열어보면 선택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 계약이 요구한 시점에 제출·승인 절차를 거쳤는가
- 선후관계가 연결되지 않은 액티비티(Open End)의 존재 여부
- 고정일자 제약(Constraint)이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는가
- 물량 대비 액티비티 기간이 근거로 설명되는가
- 설명되지 않는 Lag의 존재 여부
- 프로젝트 진행 중 갱신 주기와 갱신 중단 구간
- 결함이 확인된 경우 보정 범위와 그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가
위 항목이 모두 갖춰져 있지 않아도 검토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유자료의 범위를 먼저 확인한 후 검토 가능범위를 판단합니다.
| 구분 | 적용 또는 참고 기준 |
|---|---|
| 공정분석 | AACE International RP 29R-03, SCL Delay and Disruption Protocol 2nd Ed.(2017) |
| 국제표준계약 | FIDIC Red Book 2017 Edition — Clause 8 (공정표 제출·갱신 관련 일반조건) |
| 적용 범위 | CPM 기반 기준공정표 검토 실무 |
기준일: 2026년 7월. 위 기준은 본 글의 설명에 참고한 범위를 표시한 것으로, 개별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기준과 그 효력은 계약조건·특별조건 및 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AACE International, Recommended Practice No. 29R-03: Forensic Schedule Analysis
- Society of Construction Law (SCL), Delay and Disruption Protocol, 2nd Edition, 2017
- FIDIC, Conditions of Contract for Construction (Red Book), 2017 Edition — Clause 8